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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7553
      2010-08-23
"어려울 때 용기를" 내가 항상 소아정신과의사로서 아이들을 대할 때마다 마음속으로 되 내이게 되는 한마디이다. 어렵거나 힘겨울 때 이를 이겨나갈 수 있는 용기와 신념은 한 개인의 심리적 강인함을 평가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사회에 적응하고 커 가는 어린 꿈나무들이 길러야 할 중요한 덕목이기 때문이다.


요즈음 들어 연일 우리를 우울하게 하는 자살 사건들이 신문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생활고나 불경기를 이기지 못해 어린 자식까지 앞세워 아파트를 뛰어내린 비정한 어머니의 이야기부터 성적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교생, 그 아들의 죽음을 견디지 못해 자식의 뒤를 따른 아버지, 대북 사업에 깊이 관여했다 정치적인 사건에 연루되어 조사를 받다 괴로움에 목숨을 끊은 어느 재벌회장의 이야기까지 연일 이어지고 있는 자살 사건들은 그야말로 밤새 별일 없었냐는 인사로 우리 주변을 돌아보아야 할 정도로 자살이 우리사회에 심각하게 자리잡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경기가 어렵고 혼란할수록 자살률이 증가하는 것은 일반적인 사회적 추세라 하더라도 한 달에 백 여명을 육박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고, 청소년 주부 등 다양한 사회계층에서 일어난다고 한다면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정신과 의사의 입장에서 보더라 하더라고 우리사회의 심리적 취약성은 벌써 심각한 수준을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그럼, 우리사회에 왜 이렇게 자살이 늘어나고 있는 것일까?
어려울 때 용기를 이라는 한마디가 우리에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속된말로 잘나가고 있을 때는 그 사람을 제대로 평가를 하기가 어렵게 된다. 갈등이나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마치 궤도를 달리는 기차처럼 탄성을 받아 앞으로만 나가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그런 인생을 꿈꾸지만 어디 현실이 그럴 수만은 있을까? 누구나 살다 보면 인생의 위기나 어려움을 겪게 된다. 어려움이 문제라고 하기보다는 그걸 어떻게 극복하나 하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용기는 성장과정의 인간관계에서 형성된다. 어려서부터 가정에서의 정서적 교류를 통해 자신을 조절하고 어려움을 부모와 같이 헤쳐나가면서 아이들은 자신감을 갖게 되고 이러한 자신감은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의 어려움이 닥쳤을 때 유연하게 나와 남의 도움을 융합하여 문제를 해결해 나가게 되고 문제를 해결한 자신감은 앞으로 더 어려운 문제에 봉착하더라도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밑거름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러한 용기가 부족한 사람들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회피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 정설로 되어있다. 자살이라는 것도 일종의 극단적인 회피현상이다. 현실의 어려움을 멀리까지 내다보며 이겨내려는 인내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당장 해결책으로 회피적 목적의 자살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것을 개인적인 문제로 볼 수도 있지만, 우리사회에 전반적인 대화 시스템의 부재에서도 원인을 찾아 볼 수가 있다. 자살을 하는 경우 주변에서 보이는 대부분의 반응 설마 자살까지 할지는 몰랐다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는 자살 시도 전에 어려움을 충분히 나눌 수 있는 대상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IMF 이후로 서로가 서로에게 어려움을 이야기하기를 힘들게 되고 관심조차도 없어지게 되는 상황이 심해지고 취업의 어려움 등은 서로를 경쟁자로 만들게 되어 극단적인 대화부재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기에 자신이 모든 어려움을 해결해야 된다고 생각하게 되고 이러한 부담감이나 외로움은 극단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게 된다. 국민소득 2만불 목표와 동북아 허브국가의 건설에 맞추어 우리의 정서나 사회심리도 이에 부응하는 수준으로 발전되는 것만이 사회적인 혼란을 막을 수 있는 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정의 역할이 절실히 요구된다. 최소한 가정에서는 부담감을 벗어버리고 어려움을 함께 생각하며 감싸줄 수 있을 때, 지금의 불경기도, 미 취업의 어려움도 희망을 갖고 바라 볼 수 있게 되는 여유를 우리에게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